본문 바로가기

도시건축

요즘 설계시장, 진짜 분위기...40대 부부건축가가 말해주는 소형설계사무소의 비전 (소수건축사사무소 김미희, 고석홍 건축사)

반응형

PLAFORM 건축연구소 저널리즘

 

2009년, 당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경기가 심각하게 좋지 않았던 시기. 그 시기가 불행히도 내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그해 하반기였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수개월이 지났지만 언제까지 출근하라는 연락이 없어서, "이거 혹시 경기가 안 좋아서 입사가 취소되는 거 아니야?" 불안하게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열심히 회사생활을 했었고 정신없던 7년간의 회사생활을 마감하고 몇 동기들과 함께 회사문을 박차고 나왔다. 어떤 이들은 개인사무소를 개설했고 또 얼마는 건설사나 시행사로 들어갔고 나 같은 독특한 사람은 광고기획사에 들어갔다. 

그때 사무소를 개설했던 동기중 한명이 지금의 소수건축을 운영하는 김미희 대표다. 벌써 업역이 6년 차를 넘어가고 직원수 10명에 육박하는 소형설계사무소와 중형 사무소의 애매한 경계에까지 도달해 버린 기업의 대표님이 되어있었다. 

동기들 중에 유튜브를 주진로로 선택한 사람은 내가 유일하기 때문에 동기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찾아가 사는 이야기, 사업하는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기획하게 되었다. 때마침 늦게 결혼하게 된 동기결혼식에서 김소장을 만나 인터뷰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었고 그로부터 한 달 정도 후에 성수동에 위치한 소수건축사사무소에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 소수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장장 2시간의 인터뷰, 근데도 시간이 모자라네..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사전질문지를 선별해서 김소장에게 보냈다. 수정할 내용이나 뺄 내용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는데, 고칠게 없다고 해서 전체 내용을 다 인터뷰하기로 했다. (사실, 생각나는 모든 걸 써서 보냈고, 그중에 일부만 인터뷰하자고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인터뷰주제가 많아지게 돼서 당황한 게 사실이다)

소수건축 김미희 공동대표

현재 소수건축이 위치한 곳은 소수건축이 직접 설계한 건물의 지하에 위치해있다. 건축주분의 제안으로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지하공간이지만 전혀 답답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조적마감과 블랙철제느낌의 거대한 벽면책장이 잘 조화를 이루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출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앞에 회의실이 있어 클라이언트 접견이 용이하게 되어있고 작업공간은 조금 더 안쪽으로 숨어 들어와 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먼저 인터뷰할 자리를 세팅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반응형

인터뷰 내내 끊이지 않은 웃음소리..이게 아뜰리에 분위기지..

인터뷰 내내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심도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부부건축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주말이라 직원들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소수건축사사무소의 분위기가 이렇게 화기애애하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었다. 

 

5년 만에 직원 10명? 이렇게 성장한다고?

상주직원 8명에 두 소장님까지 포함하면 총 10명이 일하는 건축사사무소다. 방학 때 임시적으로 일하는 2~3명의 인턴은 제외한 숫자다. 요즘 대부분 2~4명 수준의 아뜰리에 사무실들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건축사 혼자서 일하는 사무실도 많기 때문에 10명 정도의 규모라고 하면 소형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도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을 거느린 사무실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고석홍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언제 어떻게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시로 프로젝트에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적극인 수주가 어렵다고한다. 그래서 단기간 유휴인원이 발생하더라도 늘 상비군을 보유하는 것이 규모유지의 비결이라고.. 물론 그 유휴기간이라는 걸 어떤 식으로 돌파해 나가느냐가 관건이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아뜰리에에 취업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의 최종 목표가 역시 자신의 아뜰리에 사무실을 재생산해내는 것이기에, 중규모이상의 큰 사무실에 비해 근속연수가 월등히 짧은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잦은 직원들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여유인원을 보유하는 건 필수다. 

설계사무소, 사람에 투자하는거 말고 뭐가 있나?

김미희소장은 설계사무소에서는 사람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일반 제조업과는 다르게 신기술이나 장비에 자본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이 좋은 디자이너이자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이 결국 설계회사의 지적 기술력이자 생산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현재 소수건축은 현재 이익창출보다는 좀 더 내실을 기할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그 얘기인즉슨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질 것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더 중요한건 모든 사무실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제적인 투자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 고석홍소장은 실은, 회사가 조금씩 플러스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모든 발생되는 추가이익들을 직원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인력투자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규모 필지시장 우습게 보지 마세요

이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사무실이라면 과연 어떤 일들을 주로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고석홍소장은 서울의 100평 이하의 소규모필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잘 구획정리된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 택지개발지구보다 오래된 서울시 내부의 소규모필지들을 많이 설계해 왔다는 것.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건 아니었지만, 서울시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보니 그런 의뢰들이 많았고 게다가 이런 오래된 필지의 경우 재미난 스토리들도 많고 또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보니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건축적 컨셉이 되고 또 스토리텔링이 된다는 것. 그럼 오히려 건축가적인 억지스러운 컨셉에 갇히기보다 자연스럽고 기능상으로도 합리적인, 결과적으로 건축주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작업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소규모 필지가 군집을 이루고 서울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단위 필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물들을 차곡차곡 채워나간다면 언젠가는 서울시가 전체적으로 더 나은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고석홍소장의 설명이다. 

 

가장 작은 단위개체가 좋아져야 더 큰 단위개체가 좋아진다

 

왜 소수건축?

소수건축이란 이름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었기 때문에 서슴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Minority(소수) 가 아니라 Prime Number(소수)랍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소수란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눌 수 있는 수를 말한다. 즉, 1이라는 보편성과 자기 자신만의 특수성을 모두 지닌 건축물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일념으로 소수건축이라는 사명을 지은 것. 

그에 걸맞춰 소수건축은 지어지는 모든 건물에 고유의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한다. 예를 들면 '윤슬재' '흔연재' '이이헌' 등과같이 건물에 담긴 스토리를 하나의 제목으로 함축시키고 브랜딩 작업을 하는 것이다. 

출처 : 소수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재미난 건, 이런 브랜딩작업을 건축주들이 가장 기다리고 좋아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소수건축은 이런 건축주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데, 그 이유는 건축작업이라는 일종의 긴 여행을 건축주와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지어진 건물에 대한 감성과 소유에 대한 애착을 더 증폭시키는 효과 때문이다. 아무리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건축주와 공유하기 때문에 건물을 짓고 나면 10년을 늙는 것처럼 고생하지만, 그만큼 건축주도 대단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다. 

 

생산성 높이는 BIM, 소규모 사무실에 더 절실히 필요하다 

소수건축은 REVIT을 사용하여 설계작업을 진행한다. 소규모업체라 도면량도 적고 수작업을 통한 작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REVIT을 통해 생산되는 도면은 시공사나 건축주에게 꼭 필요한 각 부위별 상세도나 정보들을 가장 적합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전달 할 수 있어 회사성장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이 아닌 적은 인원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REVIT은 소형사무실에서는 필수프로그램이라는 것. 그것도 맞는 게, 잦은 디자인 변경이 발생했을 때 모델링만 수정해도 전체 유관도면이 자동으로 수정되기 때문에 반복작업을 획기적으로 줄여 줄 수 있는 게 REVIT이다.

시공사의 시공능력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도면출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장장 2시간의 인터뷰내용을 하나의 콘텐츠로 다 녹여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수건축과의 인터뷰는 앞으로 3~4개 시리즈로 플라폼건축연구소 유튜브채널에 게시될 예정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볼 수 있다. 

https://youtu.be/yrWQfn9RtuE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