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일을 하다 보면 정말 협의할 일이 많다. 많은 공정들이 얽혀있다 보니 이해관계도 다르고 나름 모두 다 전문분야이다 보니 생각하는 방법과 표현 방법도 다르다. '척'하면 '딱' 하고 알아들어야지~!라는 말은 정말 오랜 경력을 가지신 베테랑 건축가들에게나 맞는 말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협의 대상자의 성향과 말투에 따라 때론 부드럽게 협의가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은데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아무도 잘못한 것 없는데도 대부분 서로 오해한 경우로 인해 발생하는 쓸데없는 소모성 언쟁일 경우들이 많다.
되묻기 전략의 힘
사회 초년생일 때는 오히려 잘 모르니까 상대방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는 화법으로 대응을 하다가도 어느 정도 연차가 차서 머릿속에 프로세스가 들어서면 그때부터는 전화기 파이터로 등극하면서 상대방과 언성을 높이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난다. 내가 완벽한 논리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고 심지어 맨탈을 파괴시키더라도 결국은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은 상대는 일을 더 꼬아버리고 틀어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그래서 연차가 더 쌓이게 되고 이런 상황을 알게 되면 이제 협상의 안정기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방법은 나도 나보다 5년 이상 연차가 높으신 선배님들한테 배운 화법이다.
'자, 그럼 어떻게 해 드리면 좋을까요?' 라고 대답하기
간결하면서도 진중하게 그러면서도 공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화법이다. 어떻게 보면 자기주장만 줄 곳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뉘앙스가 풍기기도 하는데, 사실 그 속에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신이 직접 해법을 제시해 보세요'라는 뜻을 포함하기도 하는 말이다.
나는 A를 원하는데 상대방은 B를 원한다고 하자. 나는 계속 왜 A가 되어야 하는지 줄기차게 설명을 하고 있다. 상대방은 A를 못 알아듣는 게 아닌데 말이다. 단지 상대는 B를 원할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상대가 A를 알아듣지 못해서 B라고 말하는 줄 알고 착각한다. 끝없는 뫼비우스의 띄가 돌아간다. 지치는 사람이 결국 패자가 된다.
잠깐 멈추고 상대방에게 해법을 제시하도록 하면 상대는 그제서야 빗장을 푼다. 그리고 놀랍게도 내가 원했던 A를 얘기할 것이다. 둘 중 하나만 멈춰주면 된다. That's all !
가장 무서운 '침묵'전략
위의 경우는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연차이거나 나보다 연차가 높은 경우에 주로 통하는 전략이다. (재밌는 건 나와 연차가 비슷하면 경험상 거의 싸울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이는 결국 협의상 견해 차이는 연차의 차이, 업무에 대한 이해도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만약, 협의 상대가 나보다 한참 아래이거나 나보다 한참 위인 경우, 어지간해서는 말이 잘 안 통하는 상대와의 언쟁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런 경우가 가장 난감한 경우다.
이럴 때는 무거운 한마디와 침묵이 답이다.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침묵을 견디는 능력은 강인한 성격과 성숙함의 지표라고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샘 혼'은 말했다.
침묵을 견디는 능력은 강인한 성격과 성숙함의 지표
경험 많은 사람들은 침묵의 힘을 안다. 내 경우도 가장 견디기가 힘든 게 침묵이었다.
예전에 발주처에서 근무할 때 건축설계사 PM과 유선 협의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상대방이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경우였다.
대부분의 경우 내 의견을 전달하고 원하는 바를 얘기를 하면 줄 곳 상대방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 여부를 말하는데 그 직원의 경우는 가능한 건 가능하다고 대답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어떤 부분에서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거의 10초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주 미묘한 분위기와 어색한 기류가 약 10초간 흐른다. 항상 정적을 깬 건 나였다. 그러면 먼저 템퍼가 깨지는 건 어김없이 나였다. 평정심을 잃은 나는 이것저것 쓸데없는 첨언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협의는 끝나게 되었다.
침묵을 견디는 능력은 성숙함의 지표다. 정말 그렇다. 침묵의 의도를 잘 알아야 한다. 경험 많은 사람들은 침묵이 주는 의도를 잘 알고 잘 이용한다.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우선권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도 잘 안다.
침묵의 의도는 앞서 언급했던 '그럼 당신이 해결책을 제시해 보세요'를 포함한다. 즉 상대방이 빗장을 풀어서 가진 카드를 열어 보이게 만들어 버리는 전략인 것이다. 여기서 어색함을 못 이기고 먼저 카드를 열어 보여주게 되면 협상에서 지게 되는 것이다.
점점 일을 오래 하고 협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사람은 성숙한다. 그리고 그 무게는 이런 소소한 협의에서 몇 마디 말을 함에 있어서도 묻어나게 되고 가벼운 실무회의가 아닌 사업체 간 혹은 국가 간의 협의에서 그 결과의 차이는 정말 엄청나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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