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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

대기업 12년 차, 고민 끝에 결국 퇴사합니다 - '건축 전공자'들에게 드리는 메시지 (Vlog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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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5년 이후에 찾아온다는 마의 제1고개를 무사히 넘기는 듯싶더니, 결국 몇 차례 이직을 거듭하고 직장 생활 10년 차까지는 또 잘 버티다가 결국 12년 차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인생은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며 살기에는 너무 짧다

이탈리아 속담"

 

 

 

youtu.be/wTrRohyiKwk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많이 배우고 좋은 경험도 많이 했다. 대단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조직 내에서 크게 문제 일으키지 않고 적절히 부품 역할을 해 낼 정도의 내공을 쌓게 해 준 것이 바로 그동안의 회사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제목에도 써 두었지만 나는 건축학을 전공했다. 그것도 5년제 건축학을.... 5년제라고 특별한 건 없었다. 확실한 건 4년제 보다 1년을 더 등록금을 내야 했다는 사실. 어쨌든 1년이란 시간만큼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만큼 뭔가 보상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했지만 졸업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생각해 보면 차라리 학점을 타이트하게 몰아서 4년 만에 졸업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제도적으로 건축 실무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WTO 협정 등을 이유로 앞으로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지 않으면 건축사 자격시험 응시 조건 자체가 부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둥 (결국 지금 현실이 되었다) 졸업 당시 여러 가지 설이 있었는데 결국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 버린 5년제 학부를 졸업한 내 첫 번째 선택은 '건축사무소'였다.

건축사무소 7년 + 광고기획사 1년 + 호텔리조트 사업 발주처 4년 = 퇴사

2009년 당시 국내 매출 1위, 세계 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건축설계사무소가 국내에 있었다. 그때야 대기업과의 관련에 대해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었었지만 지금은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모습이 드러난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 그곳이 나의 첫 직장이었다.

' #삼우 '를 선택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높은 연봉(타 설계사무소 대비), 높은 인지도. 통상 박봉에 시달리고 허구한 날 밤을 새운다는 #건축설계사무소 , 그럼에도 박봉이라 장가가기도 힘들다는 건축설계시장 취업전선에서 좋아하는 건축설계를 하면서도 벌이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게다가 좋은 타이틀까지 있다고 한다면 건축학과 졸업생 중에 누가 과연 마다를 할까.

하지만 그 좋은 직장이건만 난 7년을 꽉 채우고 퇴사를 결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삼우설계를 퇴사한 이유

1. 만성 '을' 인 설계에서 벗어나 갑'이 되고 싶었음

2. 설계 말고 다른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

3. 약간의 위로금?

 

두 번째 선택했던 회사는 HSAd라는 #LG그룹 의 광고기획사였다. 설계사무소에서 왜 갑자기 광고기획사를 가냐고? 모르는 소리... 광고기획사라고 TV 광고만 만드는 게 아니다. 고객 접점 광고라고 하는데 바로 고객에게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 자체를 하나의 광고 포인트로 활용하는 게 바로 기본 개념이다. (실제로 설계사무소에서 삼성 ' #제일기획 '이나 현대자동차 #이노션 같은 광고 기획사에 진출했던 Case 들이 제법 있었다)

쉽게 말하면 LG U+나 FACE SHOP 같은 매장의 인허가, 인테리어, MD Plan 같은 영역인데 내가 HSAd에서 맡았던 역할은 당시 LG그룹 창립 이래 최대 프로젝트였던 '마곡 LG 사이언스파크'의 공간 기획 업무였다.

그리고 내 세 번째 직장은 느닷없이 호텔이 되었다. 왜냐고? 어쩌다 보니 호텔에 왔다. 국내에서는 인지도 측면에서 상당히 유명한 Walkerhill 호텔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Walkerhill은 외국 호텔인 줄 알았었는데 알고 보니 SK그룹의 리조트 사업부에서 운영하는 조직이었다. 이곳에서 맡은 역할은 신규 프로젝트 기획, 설계, 시공 관리였다.

 

퇴직하는 달 아침 그랜드 워커힐 호텔 객실에서 모닝커피 한잔

 

경력 12년 차에 갑자기 불붙은 자신감?

어떤 일이든 10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경력 10년이 넘어가면서 언제부턴가 내 안에서도 자라나선 안되는 무모한 자신감 같은 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만 주야장천 하신 분들, 설계 10년 차가 넘어가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자신감과는 조금 다른 종류였는데, 내 경우는 설계를 기본 바탕으로 한 건축사업 전반을 다 겪어본? 그리고 건축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좀 아는(?).. 것 같은 뭐 어정쩡한 느낌의 통밥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좋게 말하면 두루두루 '통'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뭐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건 없는.. 뭐 그런 상황이었다.

어쨌든 올해로 경력 12년이 되었고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확신도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갈수록 더 새로운 걸 도전하기 힘들어진다고. 뭔가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있었다. 주변에 조언도 구했다. 반반이었다. 근데 선배들 중에서 했던 말 중에 내가 붙잡은 말은 바로 이거였다

어차피 사업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최대한 빨리 나와야 후회가 없다

늦게 나오면 연수만큼 후회한다

 

한편으로 무서웠고 또 한편으로는 심장이 뛰는 말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생각이 들었으니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기자..

40대에 드는 많은 잡생각들

작년에 40대 클럽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난 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선배들처럼 나도 마흔이 넘어가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중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어떤 종류의 두려움이냐면... 마냥 길 것만 같았던 인생이 어느덧 반환점을 찍었다는 사실이었다. 반환점이 되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앞으로 남은 연수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였다.

길면 40년이다. 성경에 보면 "인생은 강건하면 80"이라고 했다. 의미 있는 얘기다. 80이 넘어가면 사실상 이전의 건장했던 인생은 사실상 끝이라고 한다. 생물학적으로는 100살 이상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조물주가 현 인류에게 정해주신 수명은 사실상 80이다.

지금의 생활방식으로 앞으로를 계속 사는 게 맞는 건지.. 지금 내 목표는 뭔지... 10년, 20년, 30년 후의 내 모습은 과연 뭔지.. 어떤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은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학교에서도 알려준 적 없고, 직장에서도 선배들이 뭐가 정답인지 알려줄 수도 없는 부분이었다. 왜냐면 직장 선배들 중에서도 결국 답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직접 블랙홀의 특이점을 보기 위해 블랙홀에 몸을 던진 선배들뿐이었다.

지금의 내 모습은 한 달 벌어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평범한 직장인 가장이었다.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내 숨통을 회사라는 조직에서 쥐고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 급급하게 살고 있다. 꿈도 없고 미래는 더더욱 없다. 어떤 사람은 '임원'이라는 미래를 바라보고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그게 꿈이다. 근데 나는 임원이 될 자신도 없고 더욱 큰 건, 시켜주지도 않겠지만 임원이 되면.. 그 다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데? 과연 임원이 되면 행복할까?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어떻게 보면 나도 바로 앞에 보이는 선택지에서 가장 좋은 걸 선택하는 방법으로 점점 앞으로 전진한 게 아닌가 싶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인생에도 Master Plan을 가지고 Big Picture를 그리면서 꿈을 이뤄가는 게 필요한데 그런 걸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알고 있더라도 장기 목표를 가지고 꿈을 이뤄가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계속 회사를 다니는 이유

일요일 저녁에 직장인들은 거의 우울증 직전 상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이유는 하나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회사를 다녀왔고 부품 역할을 해 봤지만 뭔가 스스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은 전무하다. 사실상 방향 전환이 되지 않는다. 결국 회사라는 조직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무서운 사실이 있다. 뭐냐면 어떤 기계든 고장 난 부품은 교체를 한다. 그 부품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어떤 기계든 고장 난 부품은 교체를 당한다

일반적으로 부품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플라폼 건축연구소

 

 

퇴사를 결정한 또 다른 이유들

최근에 주변에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특히나 공감이 갔던 게 이 말이었다. "사실상 회사는 10%의 인원이 먹여 살린다." 일을 안 하면서 월급을 받아 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하는 것과 비례해서 월급을 받아 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월급은 연차에 따라 획일적이지만 능력은 천차만별 다르기 때문이다.

"노력한 만큼의 월급을 받고 싶다. 최소한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고 싶다" 그게 안되니 점차 의욕이 떨어진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럴거면 나 혼자 일해서 버는게 낫겠네.."

직장 천당, 사업 지옥?

"야, 네가 밖에 안 나가봐서 그렇지 나가면 굶어 죽는다~. 그래도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게 어디냐.." 일반적인 회사 선배들의 조언이다. 또 밖에 나가 사업을 하고 있는 형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사업 고민 카드를 꺼내들고 찾아가면 이 말을 해준다.

어려워도 사업을 하는 이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니까 후회는 없지 않겠어?

로봇처럼 윗사람 시키는 일만 하기엔 인생이 좀 아깝지 않냐?

 

대기업은 40대가 넘어가면 슬슬 그다음 스텝을 준비해야 한다. 40대 중반이 될 수도 있고 40대 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뭐든 미리미리 준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샘 치고 먼저 퇴사를 해서 고생을 해 보련다. 물론 리스크는 상당하다. 그래도 일단 나왔다가 굶어죽었다는 선배는 아직 단 한 명도 못 들어봤다.

지금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줄 끊기는 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상당히 공포스러운 일이다. 사람은 관성이란 게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나오던 월급이 안 나오면 상당한 심적 불안감과 불면증 심하면 우울증도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면... 결과는 '도태'다. 무섭다고 또 불편하다고 그걸 깨지 않으면 점점 더 회사에 종속된다. 회사에서 나이가 들수록 무기력해지고 점점 Yes Man 들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축 전공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이제까지 건축설계사무소, 스페이스 마케팅, 사업기획, 시공관리 등 전반적인 건축업무를 두루두루 겪어본 입장에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이거다. "나는 정말 전공을 잘 선택했다."

과거 나를 설계 집단에서 뛰쳐나오게 했던 가장 일등공신은 "설계는 앞으로 전망이 없다"라는 말 한 마디였다. 근데 그 말은 비 전공자가 했던 말이 아니라 전공자들끼리 했던 푸념이었다.

막상 밖에 나와보니 '건축' 전공자들, 그중에서도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들은 밖에서 상당한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설계는 상당히 고된 일이다. 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설계는 지식산업사회에 있어서 본인의 자산을 쌓을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작업이다.

여기서 한 가지 추천을 하자면, 건축과 관련된 많은 일들 중에 꼭 한 가지 공종에만 오래 있기 보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 보는 게 좋다는 거다. "설계가 최고라고 생각한다"는 사람이면 그냥 계속 설계 쪽에서 꾸준히 일하시기를 추천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떡이 더 커 보이기 때문에 동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여러 분야를 다녀 보면서 직접 일을 겪어 보는 거다. 단 우선은 설계를 최소 5년 이상은 꼭 해서 나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 일이라도 혼자서 해 볼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은 꼭 키워두어야 한다.

그리고 시공이든 발주 업무든 사업기획이든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건축사업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머리에 넣게 되면 설계만 하는 사람 보다 훨씬 큰 안목을 가지게 된다.

설계사무소를 오픈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한다.

앞으로의 계획

설계를 손 놓은지 벌써 4년이 다 되어 간다. 4년 전 이맘때 한창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 현상설계로 밤을 꼴딱 새우던 기억이 난다. 설계 실무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진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선은 선배 사무실에서 다시 감을 살리기 위해서 설계변경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

개인 사무실 세팅은 계속 진행 중이고, 명함도 돌리고 있다. 근데.. 사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우선은 유튜브다.. (이 사람 답 없는 사람인가... 하는 분들도 있을 듯...)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수익 포트폴리오도 공개를 하겠지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실험이고, 바로 수익 연결이 가능한 모델들을 찾고 있다. 그리고 설계는 그 소스를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1년에 1건의 양질의 프로젝트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OK)

직장인들이여 희망을 가지라~! 당신에게는 사직서가 있다!

내가 먼저 나가서 뒤이어 올라오는 후배들의 등대가 되어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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