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퇴근하면 어김없이 둘째 목욕을 시키고 재우기 바쁘다. 둘째 목욕시킬 때 항상 첫째가 문제인데, 그냥 방치해 두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말썽을 부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둘째 목욕을 함께 돕게 하거나 둘째 목욕하는 것을 구경하도록 한다.
문제는 며칠 전부터 시작된 생후 27개월 된 첫째의 돌발행동들.. 요즘 한창 말도 잘하고, 호기심도 많은 나이라 이것저것 장난도 많이 치고, 특히 처치 곤란의 많은 일거리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대부분은 다음부터 그렇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알겠다고 하고 조심하는 모습이 보이던 것이, 이제 몇 번을 말해도 조심하지 않고 오히려 보란 듯이 사고를 치고서 배시시 웃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보란 듯이 방바닥에 침을 뱉는데, 왜 하면 안 되는지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저녁에만 세 번을 내리 침을 뱉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심하게 꾸짖었다. 엉덩이를 까서 궁둥이 팡팡 풀 스윙으로 혼냈더니 급기야 울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그때부터 아이가 아예 내 눈을 피하고 말 듣기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궁디팡팡할때 엄마에게 SOS를 치기도 했지만, 엄마조차 그때는 아빠의 교육 이념에 손을 들어줬는지 아이를 외면했었다. 그랬더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와이프가 아이에게 다가가 안아주려 했더니 바로 "저리 가!"라고 거부를 했더란다. 많이 삐친 것 같다. 평소에 자주 회사에 있을 때 휴대폰 전화도 오고 했는데, 전화는 전무하고 내가 전화해서 첫째 바꿔달라고 했더니 통화까지 거부를 한다...
아이의 돌발행동의 이유는?
도대체 왜 아이는 계속 침을 뱉었던 걸까? 그리고 어떻게 아이 마음을 풀 수 있을까? 한동안 와이프와 긴 얘기를 통해 발견한 점. 아이의 모든 행동은 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1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알게 모르게 둘째를 질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첫째라 하더라도 이제 두 돌이 갓 넘은 어린 유아일 뿐이다.
아이가 침을 뱉거나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다. 쉽게 말하면 동생만 보지 말고 나도 좀 봐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날린 것이었고, 그 메시지를 아빠가 잘못 이해하고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더 상하게 만든 것뿐이었다.
아이를 혼낼 때는 반드시 분리된 장소에서..
아이를 혼낼 때는 반드시 분리된 장소에서 아이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문제의 요지를 듣기 보다, 오히려 주위 시선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자존심만 상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어제도 사실 급하다 보니 동생이랑 엄마가 다 같이 있는대서 꾸지람을 했었는데 잘못된 행동이었다.
아이는 아직 100%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행동으로 욕구불만을 표출하는데, 그 사인을 적절히 잘 알아차려야 잘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내가 회사에 출근한 후에 와이프가 아이와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 이후 아이의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
내가 없는 동안 아이 엄마가 아이와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OO야~, 어제 아빠가 너한테 꾸지람을 한 건,
OO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야.
침 뱉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란다.
침을 뱉으면 바닥이 더러워지고
엄마나 아빠가 바닥을 닦아야 하잖아.
그러니까 다음부턴 침을 뱉지 말고
네가 원하는 걸 말해주렴~
그러면 아빠 엄마가 네가 말하는 걸 듣고
너를 더 안아주고 원하는 걸 더 해줄게~
어제는 네 마음이 그런 줄 몰랐단다.
아빠 엄마도 말을 해 줘야 알 수 있단다.
OO야~ 아빠 엄마는 똑같이
너를 많이 많이 사랑한단다. 알았지?
오늘 밖에서 외식을 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밖에서 나를 보더니 "와~ 아빠다~!" 하면서 달려오며 좋아했다. 아마 애 엄마가 지혜롭게 아이와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아직까지도 많이 마음 상해 있었을 텐데 다행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풀어주는 방식이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마음을 풀어주는 방식이 다르다. 예를 들면 여자아이의 경우 아무리 어려도 많은 대화를 통해서 논리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납득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사랑한다는 말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남자아이는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을뿐더러, 대화를 하면 더 짜증을 낸다는 것. 그래서 오히려 다른 곳으로 주위를 끈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주의를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남자아이는 쉽게 잊어버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지 정확하게 말해주고 사랑한다는 말까지도 먼저 하긴 해야겠지만, 마음이 풀리는 것은 여자아이와 다른 원리인 것이다.
여자아이가 공감과 많은 대화와 이해를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남자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으로 얻은 Insight는 ...
아이가 알 수 없는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부모의 관심 끌지 작전이다
아이가 돌발행동을 할 때 대처법
1) 아이를 무작정 꾸짖기 보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불만인지 물어볼 것
2) 아이가 관심이 필요하다면, 잠시 바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안아주고 대화를 시도할 것
3) 부득이 아이를 꾸짖을 일이 있다면 독립된 장소에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 꾸짖은 후 반드시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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