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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 세상에 헛 공부란 없다. 공부로 낭비한 시간은 0시간, 어떤 공부든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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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이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 3년 이내에 합격하지 못하면 고시 준비를 접는다고 했다. 행정고시 수험생 통계상 평균적으로 3에서 5년 사이에 합격을 한다고 하는데 최소 기간인 3년을 목표로 공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사법고시를 대하는 고시생들도 기한을 정해두고 공부를 했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무기한 시험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기간을 정해두고 공부를 하고 그 기한이 다 차서도 합격을 못하면 그 길을 멈추고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 이유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생에 있어서 통상적인 수험기간을 넘어서는 순간 심리적 부담이 작용하고 자괴감 등이 더해져서 갈 수록 위축되다 보니 학습 효과도 떨어지게 되고 급기야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합격이 보장되지 않는 시험에서 더 이상 언제가 될지 모를 수험기간을 버텨낼 심리적 체력이 바닥나 버리는 것이다.

또 그 사이 군복부에 더해 수험기간까지 채우면서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는데 그 이후 진로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되다 보니, 있는집 자식이 아닌 이상 차라리 취업을 하는게 낫다고 판단하고 1원 수익도 나오지 않는 고시생활이 무엇이 대수냐며 결국 이탈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결국 장원 급제의 길에서 벗어나면 그 동안 했던 공부는 날아가 버린 것일까? 그 간의 수년간의 수험 생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그냥 아까운 시간을 날린 것일까?

 

이 세상에 헛 공부란 없다.

공부로 낭비한 시간은 0시간, 어떤 공부든 어떤 형태로 나에게 도움을 줄 지 모른다.

시험 준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실패자들일까? 확실한건 원하는 공식적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 준비는 자격 취득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시험 결과로 합격생과 불합격생만이 발생한다면 세상은 너무 가혹한 것이다. 시험 준비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해당 직종에 관한 전문적 지식도 배우지만, 시험을 통한 가장 큰 배움은 바로 나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다. 우리 각자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실 내가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일 것이다.

만약 10년간 고시 생활을 했고 결국 합격하지 못해 민간 기업에 들어간 사람이 있다면, 나는 1년만에 고시를 합격한 사람은 결코 평생 얻지 못할 깊이가 그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다. 사람은 실패를 경험 할수록 겸손해지고 누구보다도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할 거라 생각한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잘난체 하는 능력자 보다, 겸손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갈수록 진정 겸손한 사람은 찾아보기가 희박하다. 각자가 가지는 전문성은 어느 순간 비슷해지지만 사람의 겸손은 누구나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력에 들인 시간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설령 그 노력의 동기부여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 가운데 들였던 1분 1초도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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