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의정부 '고산'지구 물건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다가 새롭게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다.
분석 물건지는 '고산더리브센텀스퀘어'로 고산지구 최북단에 위치함과 동시에 바로 옆 민락지구와도 길하나를 두고 위치한 탓에 고산지구뿐만 아니라 민락지구의 영향력도 함께 고려해 봐야 하는 비교적 복잡한 물건지였다.
가격 경쟁력을 따져보기 위해 최초 분양 물건인지인지 여부를 판단하려고 관련 자료를 찾던 중 지난 2018년도 바로 옆 민락 2 택지 개발 지구 6블록에 이미 '의정부 비즈타워'가 분양 시도를 했던 기록을 발견하게 되었다.
민락 2 커뮤니티와 분양관련 정보를 수집해 보니 아마도 바로 옆 부지의 주변의 강력한 민원 (특히 송양유치원)의 영향으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족 6BL의 '의정부 비즈타워' 건립과 관련하여 바로 옆의 송양 유치원 학부모 측과 일조권과 관련된 민원 해소를 위한 설명회를 가진 기록이 있고 또,
문제 해결을 위해 펜스 설치, 지식산업센터 동으로 인해 가려지는 채광 완화를 위한 별도의 채광 장비 설치 등의 구체적 협의를 가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사업개발 초반에는 민원 해결을 위해 사업주체 측의 상당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는 2018년 이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은 더 이상 없었다.
이 사업이 무산된 주된 근본 원인은 다음의 2가지로 압축된다.
사업 무산 두 가지 근본 원인
첫째, 지구단위계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치원 부지와 보육지원시설 부지가 상당히 큰 규모로 남측 자족 부지와 어떠한 완충 시설 용지도 없이 붙어있는 것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지구 단위계획상 분명 6BL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족 부지에 지식산업센터가 허용용도로 잡혀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유해시설과 채광에 민감한 교육 시설과의 마찰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지식산업센터가 유해시설이라고 보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주민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통상적인 주민들의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인식은 유해산업시설 정도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더 중요한 사실은 유치원 부지와 자족 부지의 위치 관계 설정상 남측에 10층 규모의 고밀도 산업시설이 들어선다면 북측에 위치한 건물은 사실상 조망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도시설계자에 그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
둘째, 이러한 불리한 입지여건을 가진 대지에 대해 건축설계자는 분명 북측 시설에 대한 일조권 확보를 위해 계획적 측면에서 이를 보완할 방법을 간구했어야 했다. 예상컨대 건축학을 전공한 건축사라면 분명 이에 대한 고려를 놓쳤을 리 만무하다.
다만 우리나라 고유의 개발자와 설계자 간의 갑과 을의 관계 설정을 생각해 본다면 사업 수익의 극대화가 최우선인 갑에 의해 건축사의 이러한 고려 사항은 묵살되었을 것이고, 최대한 많은 분양호실과 공사비를 아낄 수 있는 방법으로 설계가 진행되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사업 수익 감소'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사업 자체 철회'의 결과로 귀결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추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려면 다음의 두 가지가 보완되어야 한다.
추후 동일 문제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것
첫째, 도시계획자는 사소한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도시계획을 할 때는 도시의 규모, 시설 면적의 균형성, 교통량의 적절한 배분과 같은 큰 부분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지만, 태생적으로 생겨먹은 도시 예정부지의 지형 (산과 지류)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이형적 용지 형태를 잘 고려해서 시설 용지를 배치해야 하고, 특히 이질적인 시설이 같은 조닝으로 묶여질 때는 상호 배치에 따른 민원 문제가 없을지에 대해서 반드시 다각적으로 꼼꼼히 살펴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정리된 도시계획에 대해 지자체 의사 결정권자는 이에 대한 충분한 공람과 자체 필터 시스템을 통해 도시설계 용역회사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계획적 불합리 요소를 반드시 잡아내고 개선된 상태의 필지를 개발자들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업의 주체의 무지와 지나친 사업 수익 지향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획 전문가인 건축사가 할 말은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돈줄을 틀어쥐고 있는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눈치만 보면서 갑이 원하는 설계만 해주고 설계비 받기에 급급한 건축사사무소가 건축 전문가로서의 의견과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서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설계에 대한 높은 식견과 안목을 가진 전문가가 설계를 하더라도 결국 사실상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라에서는 건축사에게 자꾸 책임만 지울 것이 아니라, 책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특히 갑에 의해 최소한의 설계비 수금을 담보로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도록 그에 맞는 보상체계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
금번 같은 경우, 과정상 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이 무산되었지만, 타이밍상 만약 지식산업센터가 먼저 건축이 된 후, 유치원이 그 후에 입주했다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 (낮 시간 빛을 전혀 보지 못하는 유치원 아이들에 대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에 처하게 되고, 이미 입주가 끝난 기업체의 경우도 의도치 않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가해자가 되어버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법한 아찔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사업 초반에 관여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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