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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서 독립한 형들은 무얼 하고 살고 있나 - (1) 건축 전공자로써 내가 살아온 길을 다시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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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전공자로써 내가 걸어온 길

나는 5년 재 건축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7년간 설계를 하고

대기업 광고기획사에서 10개월 아트디렉터로, 중견 건축사사무소에서 4개월간 또 설계를 하고

마지막으로 대기업 소유의 국내 특급호텔에서 발주처로써 사업 관리를 2년 넘게 하고 있다.

인생은 길고, 할 일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길게 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이지,

바로 앞에 놓인 연봉이나, 당장의 복지에 목을 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내 행보들을 돌아보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해 왔다.

물론 배운 것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더 나은 연봉과 설계 외 더 재미난 일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며 돌아다니지 않았더라면

과연 내가 여전히 이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금까지 계속 설계사무소에서 10년 넘게 일했더라면

지금도 좀 더 나은 연봉과 복지를 보장하는 더 큰 대기업이나 국가기관을 선망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고민의 시작

고민의 시작은 나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집단 내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특유의 무미건조함과 새롭지 않음에서 오는 무료함,

어마어마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상명하복의 문화의 답답함,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연봉과 복지를 제공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보수 수준 (이건 설계사무소에서만 근무했던 분들과 이견 차이가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전부 다 누려본 나의 판단은 그렇다)

그런 고민에서 아직 계속 고민하고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건 아닌데.. 하고 느끼면서 고민하기 시작하게 되었고,

좀 있다가 몸이 편해지는 사라지는 단편적인 고민이 아니라 앞으로도 30년 이상 남은 내 사회생활의 마지막 중대한 결정의 귀로에

서 있음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

우리가 건축 일을 하면서 항상 하는 고민은 두 가치의 충돌에서부터 온다.

보수 및 복지 VS 내가 하고 싶은 일 (만족도)

보통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보수는 포기해야 한다.

둘 다 잡는다는 것은 내 경험상으로는 본 적이 없다.

내 사회생활 초년기에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이란 것을 해야 했고, 그러려면 당연 보수를 선택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를 선택한 사람도 분명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보수보다 만족도를 선택한 사람들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구력인데 과연 그들이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한민국 건축설계 시장에서 버티려면 결혼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오직 외길 작가 인생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합리적인 건축과 학생이라면 나와 비슷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내가 걸어온 길을 합리화 시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러고는 이제 제법 가정과 직장의 안정을 찾을 무렵에 (약 7~12년 차 사이) 위기는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7년 차를 마지막으로 8년 차부터 아주 버라이어티 한 경력을 써 오게 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고민을 했었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좋은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제법 많이 다른 길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대형 설계사무소를 나온 형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그때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이직 혹은 본인의 뜻을 펼쳐보고자 함께 나왔던 형들 혹은 동기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

나처럼 발주처나 대기업에서 녹을 먹고 있는 이들도 있고, 또 다른 대형 사무실에서 여전히 설계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으며,

본인의 설계사무실을 오픈해서 제법 안정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건 그들은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만족하고 있느냐이다.

그게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하는 가장이기에, 먹고 살만 한지도 당연히 궁금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그들이 무얼 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볼까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최소한 후회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고, Vision 이란 걸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정년이 도래하기까지 계속해서 경쟁력을 상실하며 시한부 인생처럼 살아가고 있는

대기업 과장인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앞으로 그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질게 분명하다)

우선은 계속 그들을 만나보고 인터뷰도 해 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방향을 다시 설정할까 한다.

그리고, 이 글은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와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특별히 건축학과를 다니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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