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건축

[안도다다오_Ando Tadao] '빛의 교회' 준공일화 - 공사비가 부족하니 지붕을 덮지 말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예배를 봐라?

반응형

 

1987년 안도는 신문사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연건평 50평 남짓 되는 작은 교회 프로젝트를 의뢰받는다.

이 프로젝트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빛의 교회' 프로젝트다.

아주 작은 지역밀착형 교회 프로젝트였고, 당시 얼마 되지 않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건축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설계비는 고사하고 시공비마저 원가에 가까운 이익은 눈곱만큼도 남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안도는 기꺼이 설계를 맡았다.

이번이 안도에게 첫 프로젝트는 절대 아니었다. 이미 로코 교회나 물의 교회를 진행한 바 있었지만,

교회 말고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공간이었고,

이번처럼 순수한 교회의 기능, 즉 기도만을 위한 장소는 처음이었고

예전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털어 떠났던 유럽여행에서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에서 느꼈던

감동으로 공동체가 마음의 의지처로 삼을 수 있는 교회 건축을 언젠가는 꼭 해 보리라던 다짐을

결국 이루게 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건축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사용자의 안위보다도

건축물 자체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안도의 특이한 건축관 때문으로

내부 공조는 전혀 없으며, 심지어 건축비가 부족한 지경에 이르자,

이런 충격적인 제안까지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지붕을 씌우지 말고 공사를 끝냅시다

지붕이 없어서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예배를 드리더라도

마음을 주고받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소..

물론 다행스럽게도 공사비는 부족했지만 건설사에서도

준공을 목표로 끈기 있게 건물을 마무리하는 바람에 안도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빛의 교회'는 건축면적이 없는 외부 조형물이 될 뻔한 아찔한 에피소드다.

-물론 안도의 진짜 의도는 우선 준공하고, 나중에 돈이 생기면 지붕을 덮자는 것이었다-

얼마 전 수행했던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계획한 규모가 있었지만, 예가를 따져보니 금액이 많이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했다.

결국 규모 축소로 방향이 모아졌지만 계속 지지부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첫째는 규모를 현실적으로 줄여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안도가 생각한 데로 지을 수 있는 만큼만 짓고 나중에 돈이 더 생기면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주로 첫째처럼 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하지만, 건물을 디자인 한 사람의 바람은 둘째 일 것이다.

과연 안도처럼 생각할 수 있는 건축주가 있을까?

또는 건축가가 안도처럼 제안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건축주가 있을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