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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

대형 건축사 사무소에서 독립한 형들은 무얼 하고 살고 있나 - (6) 조직을 이길 수 있는 개인은 없다, 답은 법인 건축사사무소 오픈.. (FLO 플로건축사사무소 오진국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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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우에서 독립한 후 사무소를 오픈한 분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과 동업을 기피해서 개인사무실을 오픈하는 부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둘 혹은 셋 이상의 건축사들이 함께 사무실을 오픈하는 부류다.

어떤게 답이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건 개인 성향에 따라, 또 어떤걸 더 지향하는가,

개인의 명성이냐 아니면 초반수주 중 어떤걸 더 따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겠다.

아이돌 그룹도 처음에는 그룹으로 시작해서 유명세를 타서 어느정도 돈벌이가 되면

개인활동으로 전환하듯이, 건축사사무소도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진국이형은 2011년부터 알고 지냈는데, 삼우에서 용산 초고층 프로젝트 진행할 때

다른팀에서 모델링 지원요청으로 일을 도와드리면서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병원설계팀에서 2~3년 정도 같이 일을 했었는데,

형은 중견사무실에서 실력을 키워 삼우에서 프로젝트 매니징을 마스터(?)하고

2016년도 말에 나와서 다른 건축사 두 분과 함께 설계사무소 오픈을 한 케이스다.

수주할 곳이 없어서 첫 일년에는 현상설계만 30개 이상을 했어요.

아무도 일을 안주더라고..

오랜만에 만나뵌 형의 머리는 더 이상 새치가 아닌 거의 반 백색의 모습이었다.

원래 새치가 좀 있긴 했지만, 요즘은 고생을 해서 머리가 하예지신게 아니냐고 물으니

단지 염색할 시간이 없을 뿐이라고 쿨하게 대답한다.

인터넷 창에 '플로' 라는 단어만 검색하면 '플로건축사사무소'로 연결이 되는데,

찾아보면 오픈한 연수에 비해 비교적 많은 준공사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50대가 넘어서 대기업을 나가야 한다면

그냥 빨리 오픈하는것 밖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죠

대형건축사사무소도 어찌보면 대기업과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삼우의 경우 삼성물산에 합병되면서 (물론 그 전에도 그랬지만) 50대가 넘으면 임원이 되거나 골방지킴이가 되거나 혹은 제 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때가 찾아온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하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오늘 주어지는 당근을 뿌리치고 냉혹한 비닐하우스 밖으로 스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진국이 형도 그렇게 사무실을 개설했다.

38살에 오픈을 했지만

주변에서는 늦었다고 하던데, 진짜 나와보니 늦었더라구

진국이형은 지금 설계 17년차다. 38이면 비교적 빨리 오픈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와보니 그 보다 먼저 오픈한 많은 친구들을 뒤늦게 따라가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는 말을 한다. 1년이라도 먼저 오픈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실적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거다. 내가 1년을 지내면서 실적을 만들어 내는 동안 그들은 더 진보하기 때문이다.

회사 다니면서 현상설계를 마감할 정도의 열정이 있다면

오픈하세요..

형은 초반 2~3년 동안 살인적인 스케쥴로 본인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3명이서 1년에 30개 이상의 현상설계를 하면서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그나마 이제 조금씩은 민간프로젝트를 수주할 여력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설계사무소에서의 생활은 대기업이나 대형 설계사무소에서의 생활패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생존을 위한 투쟁의 장이다.

정말 오픈하고 싶다면 최소한 건축사는 따고 나오세요

운전기사가 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하지..

사무소오픈에서 건축사는 필수요건이다. 물론 인허가, 최종도서 날인에 들어가는 건축사도장을 외주비로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5% 밖에 남지 않는 설계 이윤에서 그마저 건축사도장 비용까지 빼 버리면 그야말로 남는게 없는 장사라는 거다.

절대로 조직을 이길 수 있는 개인은 없어요

마지막으로 형한테 묻고 싶었던게, 3명이 함께 작업을 하는게 장점이 뭐냐 였는데, 형은 명확하게 이렇게 대답한다. 아이디어회의나, 바쁠때 분업 등을 고려하면 개인사무소가 성장하는 속도와 법인사무소가 성장하는 속도는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일단 회사가 커져야 파이도 커지고 더 큰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이윤과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거 커지면 그만큼 더 많은 일을 따야하는 중압감도 있겠지만, 형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아무튼 끝으로, 어쨋든 지금도 고생하고 있기는 해도 어렵다는 초반 3년을 버티고 제법 준공작이라고 내 놓을 만한 작품사진들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부러울 따름이다.

 

http://floarchitects.kr/

 

플로건축사사무소

성수동에 있는 플로건축사사무소입니다.

floarchitect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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