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건축사 자격시험 준비한지도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2월 추운 겨울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학원 등록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작도가 너무 서툴러서 간단한 배치도 한 장 그리는데도 3시간씩 걸리던 시절이었다.
그동안 주변에 건축사시험 합격한 사람들 소식을 심심찮게 들었었는데,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따도 그만 안 따도 그만인 시험을... 이렇게 생각했었다.
막상 지금 내가 시험을 직접 준비해 보니 '이거 딴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을 들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직접 겪어보니 2월보다는 훨씬 겸손해진 샘이다.
합격자 평균을 보면 총 작도를 800~900 시간 정도 연습했다고 한다.
하루에 1과목씩 준비한다고 치면 3시간 x 300일, 하루도 안 쉬고 1년 정도를 준비하는 셈인데,
직장생활을 준비하면서 그려본 결과, 주 중에 3일 정도, 학원에서 하루, 주말에도 원래 좀 해야 되는데,
아이들과 놀아줘야 되거나 가끔 주말 출근을 하게 되면 주말 작도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고..
어쨌든 많이 쳐서 4일 정도씩 하면 365x4/7x3 = 208일(1년에) 그러니까 첫해에 합격할 확률은 낮고,
둘째 해에 합격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는 결론이다. 그만큼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는 뜻이다.
요즘이야 회사 일이 널러 해져서 퇴근 후에 그래도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정말 바빠서 회사일 때문에 허덕이기라도 하면, 집에 오면 잠이나 자고 싶지 제도판 앞에 앉고 싶을까..
그러면 진짜 3~4년은 후딱 가버리게 되는 거다.
준비가 이렇게 만만치 않다 보니 합격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다.
왜냐하면, 떨어지면 또 다음 해에도 토요일 반납에, 학원비 돈백 만 원, 그리고 가장 큰 건
왜 자꾸 떨어지는가에 대한 스트레스.. 자괴감? 이런 것이겠지..
암튼 회사 다니면서 시험 준비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학원 진도는 문제풀이 반인데, 시험시간과 똑같이 3시간을 주고 문제를 풀고 제출한다.
선생님 말씀이 처음에 제도하다가 정규과정 들어가면 제도 과정이 그리울 것이고,
문제풀이 반 들어가면 정규과정이 그리울 거라 했는데, 정말 정규과정이 그립니다.
3시간은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문제 풀고 작도까지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이 늘 나보다 잘하는 것 같고, 내가 점점 왜소해지는 느낌이 든다.
(1시간 정도 남았는데, 누가 갑자기 격렬하게 점이라도 찍기 시작하면 그렇게 신경 쓰일 수가 없다)
어제는 처음으로 시간 안에 풀고 점수도 A를 받았다.
(물론 선생님이 A 받았다고 합격선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 좀 흥분됐다.)
아직까지도 지문에서 놓치거나 표현에서 놓치는 부분들이 많은데,
마지막 2달 동안은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작도 시간을 더 단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건축사시험을 즐겁게 준비하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
사실 요즘 건축사시험 준비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하면 할수록 처음에 느꼈던 중압감보다,
빨라지는 작도 시간, 모범답안과 점점 유사해지는 내 답안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내가 현업에서도 하는 일인 거고, 그동안 계획이나 법규상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 좀 더 정리가 되는 등
실무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보니, 보람도 크다.
그간 학부까지 합쳐 15년간의 건축 공부를 총정리한다는 느낌일까..
아무튼, 그렇다 보니 내 생각에는 시험 합격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 오히려
'건축 공부를 총정리한다. 그리고 좀 더 내 실력을 다듬고 익히는 작업을 한다'
건축 공부를 총정리한다.
그리고 좀 더 내 실력을 다듬고 익히는 작업을 한다
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면 시험 준비가 훨씬 재밌고 즐거울 거 같다.
토요일에 도살장 끌려가듯이 학원에 가기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간다라고 생각하면 훨씬 즐겁게 갈 수 있다.
올해 정말 운 좋으면 한 과목이라도 건지겠지만, 오히려 2~3년 넉넉하게 충분히 공부하면서
이론과 작도가 몸에 충분히 베어서 진짜 '건축사' 자격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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